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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사람들의 애환

  •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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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사람들'의 애환
한전 본사 근무자, 더위에 허덕 "창문 깨버리고 싶다"
인근 민간건물 입주한 자회사 직원 "주차·먹거리 불편"
한전 본사에서 일하는 A부장은 요즘 부채를 달고 산다. 사무실에서는 무더위가 연일 엄습해도 에어컨을 켤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바지 밑단을 무릎까지 올리고 일해도 더위는 쉬 가시지 않는다.
한전 본사 별관 3층에서 일하는 동서발전 소속 B차장도 마찬가지다.
B씨는 “유리창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2~3번은 든다”고 말한다.
사무실이 밖보다 더 더워서다. 창문은 사실상 없다. 외부와 단절된 ‘통창’이다. 온실이 따로 없다. 통창 밑 부분을 일부 여닫을 수 있지만, 시원한 바람은커녕 도시의 소음만 밀려올 뿐이다.
‘인텔리전트 빌딩(intelligent building)’의 저주다.
한전 본사 건물이 그렇다. 원래 이 빌딩은 내부의 더러운 공기를 필터로 끊임없이 걸러내는 구조다. 전기를 잡아먹는 공조설비가 그런 역할을 한다.
문제는 공조설비를 함부로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불안해진 전력사정 탓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서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력공기업 직원의 숙명이다.
이럴 땐 차라리 인근 민간 건물로 옮긴 발전자회사들이 부럽다.
얼마 전, 남동발전은 한전 본사에서 삼성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대각선 방향에 있는 글래스타워 17~21층(20층 제외)로 옮겼다. 중부발전은 강남운전면허학원 인근 동일빌딩 12~17층으로 둥지를 틀었다. 서부발전은 역삼동 GFC(Global Finance Center) 15·27·29층을 쓴다. 남부발전은 미래에셋타워빌딩 9개층에, 한국수력원자력은 현대산업개발 3~15층(7층 제외)에 각각 입주했다.
민간건물을 쓰는 발전자회사 직원들의 근무여건은 종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일단 쾌적하다.
민간건물도 실내권장온도를 준수하고 있다지만, 무더위와 씨름할 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견딜 만하다. 사무공간도 종전보다 넓어졌다. 일할 기분이 절로 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주차문제가 첫 손에 꼽히는 불편함이다.
다른 업체와 함께 쓰는 건물, 그것도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인지라 발전자회사에 배정된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한전이 외부로 빠져나간 발전자회사 직원들을 배려하는 것도 아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1달을 기준으로 11일분만큼의 주차료를 한전에서 면제해줬었다”며 “이젠 외부인과 사실상 동일하게 주차료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빌딩이 한수원에 배정한 주차공간은 70대. 이곳엔 한수원 임직원이 약 900명 일한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본사 임직원 250여명 가운데 GFC가 허가한 주차대수는 37대”라며 “팀장급 이하 직원은 주차할 엄두를 아예 안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점심식사도 큰 고민이다.
남동·중부·서부·남부발전 관계자들은 좋으나 싫으나 사설식당을 이용해야 한다.(강남소방서 인근 덕명빌딩에 있는 일부 동서발전 직원 포함)
김치찌개를 시켜도 6000원이다. 한 끼에 3500원인 한전 구내식당을 이용하기엔 너무 멀다. 메뉴도 거기서 거기라 금세 질린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어느새 민간 기업처럼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됐다”며 “값을 떠나 짜지 않고 화학조미료가 덜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전 본사처럼 샤워시설도 없다. 땀에 절은 몸으로 퇴근해야 한다.
통근버스를 타러 한전 본사로 한참 걸어가야 하는 것도 요즘 같은 무더위엔 곤욕이다.
이래저래 피곤한 ‘삼성동 사람들’이다. 그들의 애환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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