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60·사진)이 인사청탁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같은 혐의로 장 사장을 비롯해 처장급 이상 간부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전현준 지청장)은 8일 장 사장을 비롯해 회사 간부들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포착해 울산 중구 북정동 혁신도시 내 동서발전 울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1984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장 사장은 동서발전 연료팀장, 기획처장 등을 거쳐 2009년 3월부터 2012년 11월 동서발전 사장 취임 전까지 한전 해외사업본부 해외자원개발처장과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검사·수사관 30여명을 보내 동서발전 사장실과 인사·감사실 내 각종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사 비리를 뒷받침할 핵심 문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승진 인사 때마다 광범위한 금품공여 관행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인사는 크게 ‘예선’과 ‘본선’으로 나뉜다고 한다. 먼저 일선 사업소장이 승진 후보군을 추천하면 중간 간부들이 근무평정을 해서 2명의 후보로 압축한다. 이어 마지막으로 사장이 최종 승진자를 선택하는 식이다. 이처럼 ‘3단계 추천’을 거치면서 청탁이 있었다는 게 검찰 분석이다.
두 달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내부자로부터 “인사 과정에 금품이 오갔다”는 내용의 투서를 입수해 회사 간부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임의제출받아 분석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까지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장 사장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결백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동서발전이 과거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부실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으로 번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방의 지청이 30여명의 직원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선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동서발전이 2011년 자메이카전력공사(JPS)를 2억85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적정한 가치보다 805억원이나 돈을 더 주는 등 부실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이명박 정부 실세그룹이던 ‘영포라인’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 이길구 전 동서발전 사장(65)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손실보전 방안 마련을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했다.
장주옥 사장은 한전 해외자원개발처장과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계약한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개발 사업 등이 최근까지도 당기순손실을 입고 있어 국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